빅데이터 기반 4차 산업혁명

2017. 03. 17

[인터뷰] 조광원 비투엔 대표


▲ 조광원 비투엔 대표


정보통신기술(ICT)과 데이터 산업의 융합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이 대한민국의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차기 대선주자들도 관련 공약을 연구·발표하며 중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순조롭게 4차 산업혁명을 완수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데이터 전문기업 비투엔의 조광원 대표(사진)는 "이대로는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현재 ICT·데이터 관련 산업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고급 인력 부족입니다. 대학입시에서 상위권 학생들은 대부분 의대를 선호하죠. 왜 그럴까요. 처우와 미래가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격무에 시달리고 노후를 걱정하는 엔지니어들의 모습을 보며 그 누가 데이터 산업을 이끌겠다고 결심하겠습니까."


조 대표는 인재 육성을 강조한다. "엔지니어의 삶의 질과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면 자연히 고급 두뇌들이 몰려들 겁니다. 이를 위해서 국내 고용 비중의 90% 가까이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의 운영 여건이 좋아져야죠. ICT 중소기업은 인재 양성의 요람입니다. 중소기업이 고용을 늘려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고 수입과 지출을 늘리는 게 경기 활성화의 시작입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스스로의 힘으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조 대표는 말한다. "정부와 대기업이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정부는 먼저 중소기업의 의존도가 높은 공공 발주 사업 등에서 기업의 수익성을 높이고 평가 기준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력이 성패를 좌우하는 ICT 관련 사업에서 기술 평가 최하위 업체가 가격 평가 점수 만점으로 선정돼 전체 사업을 그르치고 예산 낭비와 기회 손실을 반복하게 해선 안 됩니다. 옥석을 가려 좋은 결과를 낸다는 투자 개념으로 사업을 시행해야 합니다." 그는 세부사항으로 △평가항목 비중의 재정비 △입찰 연구 비용 지원 △전문가에 의한 사업 중간 리스크 관리 등을 제안했다.


대기업의 역할로는 해외 진출과 수익 공유를 꼽았다. "레드오션, 포화 상태에 달한 국내 SI 사업에서 벗어나 해외로 눈을 돌렸으면 좋겠습니다. 당장 IT 선진국으로 진출이 어렵다면 동남아시아·중동 등지에서는 분명 승산이 있을 겁니다. 또한 중소기업에 펀딩 등의 형태로 자금 지원을 늘려 사업 수익을 나누고 해외 진출의 히든카드로 활용하는 방안도 구체화하길 바랍니다."


비투엔도 4차 산업혁명 준비가 한창이다. 올해 공채를 대폭 늘려 10여 명의 고급 인력을 확보했다. 이공계는 물론 인문계열 전공자를 선발한 점이 눈길을 끈다. 임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조 대표는 중소기업에서는 보기 드문 복지·교육 프로그램에 공들이고 있다. "데이터 과학자 양성은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아요. 최소 5년 이상은 바라봐야죠. 과거 미국에서 일할 때 백발이 성성한 초로의 엔지니어가 하루 500만원 정도 보수를 받으며 프로젝트를 지휘하고 후배들의 존경과 사회적 인정을 받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국내 엔지니어들이 그런 삶을 누리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조광원 비투엔 대표는 국내 데이터 산업 분야를 개척한 1세대 인물이다. 육군 중앙전산소 전산개발장교로 시작해 전산직 공무원과 쌍용컴퓨터, 오라클을 거쳐 엔코아정보컨설팅과 비투엔을 설립했다. 데이터 산업 일선에서 변화를 지켜본 조 대표가 생각하는 4차 산업혁명의 결과는 어떨까. 그는 '휴머니즘'의 비중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간 축적된 빅데이터가 우수한 솔루션과 만나 우리 삶을 많이 바꿔 놓을 겁니다. 사람의 의사 결정을 대신하고 효율성을 높이겠지만 결국 데이터를 해석하고 활용할 방향을 잡는 건 사람이죠. 인공지능이 하지 못하는 부분과 해서는 안 될 부분에 대한 요구가 급속히 늘고 있기 때문에 2017년은 데이터 산업 분야에 많은 기회와 변화가 찾아올 겁니다." [머니투데이 오지훈 기자]